DRP의 등장배경


DRP의 등장배경



    본 절에서는 왜 DRP가 탄생되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DRP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고, 이런 문제점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극복 가능할 지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MRP, MRPII 그리고 ERP로 발전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드린바 있고, 짧게나마 등장배경에 대해 설명을 드렸었습니다. 그러나, DRP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서 등장배경에 대한 설명을 드리지 못한 관계로 왜 DRP가 필요한지? 그리고, DRP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지?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DRP 로직에 대한 설명을 드리려고 하다보니 배경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DRP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기업체에서 DRP를 사용하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유통망상의 재고를 관리했고, 구매계획 때로는 생산계획을 수립했는지를 살펴보면 되겠습니다. (물론 선진 기업체에서 현재 구현하고 있는 방법들보다는 뒤떨어진 내용들이지만, DRP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온고이지신'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_^ ) 다음 소개드리는 내용은 DRP(Distribution Resource Planning), 저자 Andre J. Martin에서 발췌한 내용에 제 해설을 곁들인 것입니다. 

     당신 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Andre J. Martin 교수는 1986년부터 1989년까지 603개의 기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 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잉재고','낮은 고객서비스', '과다한 물류/생산 비용' 등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고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 조사내용을 살펴보면 다음의 표와 같습니다. 

      열거된 문제점응답자수비율
      High Inventories (과잉재고)15024.9%
      Lack of visibility (투명성 결여)10817.9%
      Shortage of product (재고고갈)9615.9%
      Low customer service (낮은 고객서비스)8413.9%
      Change (기업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처)6310.4%
      High cost of distribution (과다한 물류비용)405.6%
      Adversarial Relationship (적대적 관계)244.0%
      High cost of manufacturing (과다한 제조비용)162.6%
      High cost of purchasing (과다한 구매비용)111.9%
      Inter DC transfers (유통센터간 운송)111.9%

    흥미로운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우선 1등이 재고가 많다는 것인데, 3등을 보면 재고가 부족하다는 것도 나옵니다. 그리고, 4등을 보면 서비스 수준이 낮다는 것인데 이는 재고가 부족할때 생기는 것이고요. 결국, 재고가 너무 많거나 너무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겠지요. 판매부서의 입장에서는 재고가 많을 수록 좋아할 것이고, 구매부서의 입장에서는 한번에 많이 사들여서 할인을 받으려고 할 것이고, 생산부서의 사람들은 원자재 재고가 충분하기를 바랄 것이나, 재고관리부서의 사람들은 재고가 적을 수록 좋아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재고가 적을 수록 좋아하겠지요. 어떤 체계적인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물류/생산비용에 대한 언급도 되고 있지요? 저자는 이들 중에서 5번째로 많이 제기된 'Change'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업환경(business condition)이 근래에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조직도 바뀌고 운영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근래에는 한번의 BPR이나 BPE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직,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조직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환경의 변화는 거창한 내용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따른 상품의 다양화나 제품수명주기의 단축과 같은 것들이 직접적으로 눈에 띠는 현상입니다. 결국,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 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그리고 재고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겠지요. 

    이상의 조사를 바탕으로 우리는 1) 적절한 재고(가능한 적은 재고) 유지 방법, 2) 물류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상의 설명에서 언급된 재고는 단순히 공장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재고뿐만 아니라, 유통망 전체에 퍼져있는 재고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는 무엇일까요? 

    앞서 조사된 문제점들은 현장의 실무자 또는 관리자가 느끼는 문제점이며, 근본적 원인은 아닙니다. 앞서 조사된 것들은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현상일뿐이지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Andre J. Martin은 그 근본적인 문제로 1) 돌발수요(Lumpy Demand), 2) 통합부족(Lack of Integration), 3) 재주문시점(Reorder Points & Derivatives)를 들고 있습니다. 각각의 문제점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돌발수요(Lumpy Demand) 
        계획경제시스템에서 제품을 배급해서 나눠주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우리가 얼마만큼의 물건을 언제 살건인지를 제조업체나 상점에서 알 수 없겠지요? 대략 평균적으로 또는 수요예측 기법을 활용하여 예측은 할 수 있겠지만, 돌연 수요가 늘어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모 연속극의 주인공이 입고나오는 소품이 유행한다거나, 근거없는 뜬 소문에 소비가 줄고/느는 일은 돌발수요중에서도 돌발수요지요. 게다가 제조업체에 불이 난다거나 지진이 난다거나 해서 공급량이 줄어드는 경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겠지요? 이런 것도 돌발수요의 원인이 됩니다. 결국 돌발수요는 '시간'과 '수량'의 함수이고, 돌발수요의 원인은 '제조 시스템'과 '유통 시스템'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돌발수요의 원인들은 시간에 따라 변하겠지요. 이러한 돌발수요는 막을 수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돌발수요에 대한 대처를 합리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예컨데, 판매부서에서는 광고나 판촉활동의 조정 등을 통해서 수요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자기 부서만 생각하지 말고 전체 시스템의 입장에서 이러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재고는 거의 없는데 가격할인으로 밀어붙이다가 재고가 동나면 소비자의 항의와 불신은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 앞으로 설명될 DRP는 돌발수요에 대한 합리적 대처방안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2. 통합부족(Lack of Integration)
        통합(Integration)과 연계(Interface)를 혼동하면 곤란합니다. 다들 통합이 좋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통합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연계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함인영 교수님께서는 연계를 햄버거빵사이에 햄, 치즈, 야채 등을 넣은 것으로 비유하셨고, 통합을 어름과 주류가 섞인 칵테일로 비유하신 바 있습니다. 이런 비유를 놓고 보면 통합이라는 표현의 남발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이런 칵테일을 만들기는 곤란하더라도(최근에 i2의 Rhythm과 같은 Supply Chain Management Tool은 이런 칵테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꼬치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버섯, 은행, 소고기, 파, 햄 등을 대나무로 잘 관통시킨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요. 생산, 유통, 판매, 구매 등의 모든 부서에서 공통되는 점(꼬치의 대나무)은 무엇일까요? 재고는 이런 연결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재고에 관련된 데이터베이스의 공유를 통해서 전체 시스템의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면(Local Optimum이 아닌 Global Optimum을 지향하자는 이야기지요.), 앞서 언급한 어떤 부분에서는 재고가 없다고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재고가 넘친다고 하는 일도 없어질 뿐만 아니라, 단위 부서의 의사결정도 시스템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 앞으로 설명될 DRP는 의사 소통의 도구인 동시에, (부족하나마) Global Optimum을 취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3. 재주문시점(Reorder Points & Derivatives)
        재고 관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고관리 정책 중의 하나가 재주문정책(Reorder Point)입니다. (재주문 정책에 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주문정책을 활용하면 시기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문제가 많습니다. 재주문 시점은 1934년 이후에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제조부분에서는 60년대말, 70년대초부터 MRP가 이를 대체해왔고, 유통부분에서는 70년대 중반부터 DRP가 이를 대체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재주문시점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주문시점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앞으로 알아보고, DRP와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리를 해 보면 
    기업내에는 많은 부서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개 모든 일들은 부서단위로 처리하다 보니까 상대방 부서나 기업 전체의 시각에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단일 제조업체만 하더라도 설계부문과 생산부문이 워낙 독립적인 경향이 크지요. (예를 들어, 설계도면을 그려서 벽을 넘겨 던지면 생산부서의 사람이 보고, 다시 서류뭉치를 던지는 그림을 보신 일이 있으실 테지요.) 유통시스템 전체로 따지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겠습니까?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입장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고, 또 각 부서의 의사결정에 시스템 전체의 상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바로 DRP의 취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개선해야할 여지는 언제나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유통과 관계된 영역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최초의) 체계적 접근 방법이 DRP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의 경우에는 시장이 협소하고, 인식이 부족하여 아직까지는 DRP라는 개념이 생소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외주나 하청관계로 얽혀있지요. 만일 개별 기업이 투명한 생산시스템(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상대방 회사(파트너)와 정보를 공유한다면 얼마나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상상해 보셨습니까? (앞으로 Supply Chain을 다루며 설명을 할 예정입니다.) DRP에 대한 이해를 넓히시다 보면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본 페이지는 1998년 1월 14일에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