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P와 수요 예측


DRP와 수요 예측



    앞서 MRP 시스템과 수요예측의 관계와 몇 가지의 수요 예측 기법에 관해 설명드렸습니다. 본 절에서는 DRP 시스템과 수요 예측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왜 수요예측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모든 기업(제조 업체 또는 구매/유통 업체)에서는 생산 또는 구매 계획을 수립합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제품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지요.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나서 생산 또는 구매 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complex industry들), 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지 못한다면 경쟁 업체에게 밀리게 되고, 결국 문을 닫게 되겠지요. 결국 제조 리드 타임을 줄이고, 유통 리드 타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그러나, 단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객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시점보다 일찍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언제까지 만들어야(구입해야) 할까요? 계획을 세워야 겠지요? 계획은 또 무엇에 근거하는 것입니까? 바로 생산계획(재고계획, 구매계획)은 수요예측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다소간에 차이는 있지만, Make-to-Stock, Make-to-Order, Assemble-to-Order 환경의 모든 기업에서는 수요 예측이 필요합니다. 

     바람직한 수요예측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판매 및 유통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나 제조 업체이거나 혹은 이 두가지를 모두 겸하는 기업 이건간에 생산/재고 계획 수립의 근간이 되는 수요예측은 필요합니다. 먼저, 기업내에서 행해지는 수요 예측 활동의 문제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활동은 매우 다양합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계획하에 진행되고, 이런 계획은 어떤 예측 자료에 기반하여 수립됩니다. 예를 들어, 판매부서에서도 수요예측이 필요하고, 생산부서에서도 수요예측이 필요하고, 구매부서에서도 수요예측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각 부서에서 수행하는 수요예측은 단위(unit of measure)가 다르고, 수요예측 기간도 다르며, 수요예측의 기간단위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판매부서에서는 화폐단위로 수요예측을 하며, 생산부서나 구매부서에서는 physical unit을 사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상황에 적합한 수요예측을 빈번하게 합니다. 왜 하나의 수요예측 시스템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요? 

    부서간에 또는 동일 부서라 할지라도 다른 부서 또는 다른 사람이 수행한 수요예측 결과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서간의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동일한 데이터라 할지라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나름이지요. 뿐만 아니라, 수요 예측을 한 사람조차 수요 예측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관행도 있다고 합니다. 신이 아닌 이상 정확한 수요 예측이란 불가능하지요. 수요 예측을 곳곳에서 하기는 하지만, 수요 예측을 하는 사람들조차 수요 예측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수요 예측 모형에 대한 검증(validation)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합니다(통계적 지식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지요.) 또, 일단 수립된 모형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신뢰도도 떨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는 수요예측에 사용되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입력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수요 예측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어떤 형태의 수요 예측 시스템이 (꿈같은 일일지 모르지만) 바람직할까요? 1) 입력 데이터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시스템, 2) 기업의 모든 부분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일 시스템, 3) 원하는 분석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스템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중 본 절에서는 1) 입력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과 2) 단일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 부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Order Entry 시스템 

    앞서 Demand Management에는 Order Entry도 포함된다는 것을 설명드린 일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전산시스템을 이용해서 판매가 이루어질때마다 정확한 트랙잭션 데이터를 보관한다고 하지요.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수요 예측을 한다면 모든 부서의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판매부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반박자료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리점 A에 어떤 손님이 왔다가 찾는 물건이 없어서 되돌아갔다고 하지요. 사실 제품만 있었다면 판매를 할 수 있었는데 물건이 없어서 판매를 못한 경우니까 사실상의 수요입니다. 전산 시스템에는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음 날 다른 손님이 또 왔다가 찾는 제품(P1)이 없었는데, 점원이 미인계, 체중계(?) 이런 것을 동원해서 다른 제품(P2)을 사도록 권유했다고 하지요. 결국 손님이 다른 제품을 샀다면 전산 시스템에는 P2의 수요가 기록되어 있겠지만, 사실상 수요는 P1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지요. 또, 다음 다음 날 어떤 손님이 왔다가 찾는 제품이 없었다고 하지요. 점원이 아무리 타 제품에 대해 선전을 해도 손님은 그 제품만을 찾아, 결국 손님은 1달을 기다려 그 제품을 샀다고 하지요(지금도 몇몇 차종은 항상 몇 달씩 기다려야되잖아요.). 수요는 사실상 1달전에 있었던 것이지 손님이 기다린 1달 후에 수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전산 시스템은 이런 데이터를 반영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타 부서의 사람들도 고개를 끄떡이기 시작했습니다. Order Entry 시스템을 개선한 후에, 수요 예측도 다시 해보자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데이터까지도 반영해서 Order Entry를 할 수 있는 MRP/ERP 시스템이 몇 개나 되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만일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황이라면, 그나마 존재하는 데이터를 가지고 수요 예측과 관련된 부서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수요예측 결과에 대한 수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모여서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수요예측 결과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발전입니다. 

     단일한 수요 예측 시스템 

    단일한 수요 예측 시스템은 많은 부서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수요 예측 기간을 같게 하고, 수요 예측 단위를 같게 하고, 수요 예측 기간단위를 같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합의를 보고 나면 부서별 책임자들은 자기 부서에 적합한 방법이 채택되도록 목소리를 높이겠지요. 그러나, 부서 대표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더 높은 자리의 사람은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모든 부서 대표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앞서, 설명한 Order Entry 시스템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면(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수요 예측의 기간 단위는 적절히 크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별, 주별로 수요예측을 한 것보다는 월별로 수요예측을 한 것이 통계적으로 오차가 적습니다. 물론 년별로 할 수도 있겠지만 큰 의미가 없겠지요? 대부분의 서적에서는 월 단위의 예측을 권장하더군요. 월 단위보다 작은 단위를 사용해야 하는 부서에서는 그 결과를 나누어 쓰는 것입니다. 물론 일별, 주별 차이가 나겠지만 안전재고, rescheduling 등의 방법을 통해서 극복이 가능합니다. 수요 예측 단위에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단위를 환산하는 표를 하나 준비하면 되겠지요. 몇 개가 팔린다는 것은 화폐로 환산할 때에 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수요 예측 기간에서 차이를 보일 때에는 일단 가장 큰 것을 선택하면 되겠지만, 불합리하다면 조정하면 되겠지요. 물론 제조, 유통의 리드 타임보다는 길어야 됩니다. 

     DRP와 수요예측 

    만일 앞에서 언급된 Order Entry 시스템과 수요 예측 과정이 해결되었다면 DRP 시스템은 잘 돌아 갈 것입니다. DRP 시스템의 성공적인 운영에는 수요 예측이 필요하지만, 수요 예측에 다소간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DRP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예를 들어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에는 재고를 소진하는 과정중에 예상된 것보다 빠른 재고 보충 요청(Intersite Request)을 할 수 있게 되지요. 따라서, 향후 DRP 계획도 자동적으로 갱신되겠지요. 이 과정은 앞서 설명드린 DRP 프로세싱을 보시면 잘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DRP 계획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MRP와 마찬가지로 ATP(Available-To-Promise)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ATP를 이용하면, 수요 예측과 실제 수주 실적(미래에 행해질)간의 관계를 잘 파악할 수 있지요. MRP 시스템에는 수요의 변동을 잘 반영해주는, 즉 수요와 공급간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MPS(Master Production Scheduling) 라는 것이 있지요. DRP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최하위(고객에게 가장 가까운 DC)의 DRP 레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하나 없이 딱딱하게 설명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수요 예측의 중요성과 어떻게 하면 수요 예측을 잘 할 것인가를 이해하셨다면 좋겠네요. 혹시 나중에 다시 수요 예측이 등장하게 되면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998년 1월 22일에 최종 갱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