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규칙(Dispatching Rules)을 적용하기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 (5)


우선순위규칙(Dispatching Rules)을 적용하기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 (5)



    본 절에서는 우선순위규칙을 적용하기 좋은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모든 문제가 그렇겠지만, 만병통치약은 발견하기 어렵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제일 좋겠지요. 우선순위규칙만으로도 할 이야기는 많지만, 본 절로 우선순위규칙에 관한 이야기는 종지부를 찍고, 앞으로는 다른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우선순위규칙이 최악인 상황

    어떤 상황에서 우선순위 규칙은 최악일까요?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Setup Time'은 우선순위규칙에 쥐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Setup Time은 작업물을 바꾸는 과정에서 공구를 갈아준다거나, 작업물을 기계에 positioning 해준다거나 하는 등의 작업에 필요한 비생산적인 시간입니다. 이런 작업은 가능한 없애거나 줄여서, Setup Time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이런 Setup은 선반이나 드릴링 머신으로 작업하는 Metal Cutting Industry 뿐만 아니라, 초첨단 생산 시스템이라 일컫는 반도체 제조 공정이나 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에도 존재합니다. 아런 셋업은 동종의 부품을 가공할 때에도 발생하지만, 부품의 종류의 바뀌게 되면 더 많은 셋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소위 sequence dependent setup time이라는 것이고요, family setup 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전에 그림을 통해 소개드린 일도 있지만, dispatching rule은 단순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작업물이 해당 작업장 또는 기계에 오게 될지를 모르지요. 따라서, 피할 수도 있는 셋업을 많이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답니다. ( 일반적으로 제조 업체에서 돌아다니는 작업물들은 작업시작부터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가공을 기다리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실제 가공을 받는 시간은 5%-15% 미만입니다. 정밀가공산업의 경우가 조금 높고요, 일반적인 metal cutting industry는 3-5% 정도이지요.) 그런데, 셋업타임은 기계나 공정의 특성에 따라 가공시간보다 큰 경우도 있고요, 또 무시할만큼 작은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셋업타임이 큰 경우이지요. 

    이런 상황을 같이 생각해보지요. 보통 재고는 가능한 줄이고, 피해보려고 합니다. 공정중재고(WIP, Work In Process)도 절대 예외는 아니지요. WIP을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투입순서나 투입시간을 조절하여 WIP을 줄이는 방법을 일단 쓸 수 있겠습니다. 하여간에 WIP이 줄었다고 하지요. 스케쥴링 방법으로는 우선순위규칙을 쓰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Dispatching Rule을 사용하면, 피할 수도 있는 셋업을 많이 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WIP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기계나 작업장에서 가공을 기다리는 부품이 줄었다는 것이지요. 이런 부품들중에서 셋업을 줄일 수 있는 것을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쉽지 않을 수 있지요. 물론, WIP을 늘린다고 해서 좋아지지도 않습니다. 무작정 셋업타임만 줄여보려고 하다가는 납기를 지연시키기 딱 좋지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단순화해서 Single Machine Scheduling 문제로 놓고, 좋은 스케쥴링 방법을 찾고자 하는 연구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를 놓고, Dispatching Rule과 비교해보면 Dispatching Rule은 20-30%가 아니라, 100%를 넘어설만큼 최적해 또는 근사최적해와 비교해서 나쁜 성능을 보인답니다. 쩝, 안타까운 일이지요. 

 우선순위규칙이 잘 맞는 상황
    스케쥴링 문제를 풀 때에는 꼭 언제까지 풀어야한다는 시간의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잘 디자인된 발견적 기법은 SBP의 경우에 기존의 연구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에 좋은 해를 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산량이 많다보니 20여개 이상의 Job, 10여개 이상의 기계를 대상으로 스케쥴링을 해보면, 2-3시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시간과 좋은 스케쥴간에는 이렇게 trade off관계가 있는 셈이지요. 계산시간뿐만 아니라, 성능의 측면에서도 우선순위규칙이 적합한 상황이 있답니다. 

    학계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Job Shop Scheduling 문제에서는 같은 종류의 기계가 딱 1대씩만 있습니다. Alternative Machine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동종의 기계를 여러 대 두고 있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라고, 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의 경우에는 Tool의 장착에 따라 이런 Alternative Machine을 구성할 수도 있지요. Alternative Machine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는 Alternative Routing 또는 Alternative Operation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최적해를 구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지지만, 단순한 Dispatching Rule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최악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있답니다. 한번 잘못된(좋지 않은)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선순위규칙이 반드시 배제되어야 할 만큼 나쁜 것은 아니라는 변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개선의 여지는 있습니다. 개선할 수 없는 시스템은 없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스케쥴링 방법을 쓴다면 기계 4대로 하고 있는 작업을 기계 2대 -3대로 줄일 수도 있는 것이고, 불필요한 초과근무도 줄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저는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하는 데요. 스케쥴링을 잘만 할 수 있다면, 공장의 작업자들도 일부 White Color처럼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한다거나, 이에 따른 보상을 받도록 해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할일도 없는데 기계앞에서 잡담만 하고 있느니, 딱 일이 시작될때쯤 출근해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내일 아침에는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있는데, 이런 상황을 스케쥴링이 반영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끊임없는 개선과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고, 적용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나라의 제조업체 가동률이 65%을 밑돌고 있다고 하고, 심지어 35% 미만인 제조업체들도 많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이 때가 지금까지 발견된 많은 문제들을 고쳐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구조 조정도 좋고 업무 개선도 좋지만, 제조 업체에서도 이런 노력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조 설비를 자동화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돈만 많이 들여 자동화를 하느니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또 감추어진 문제는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고 고쳐나갔으면 합니다. 

    본 페이지는 1998년 5월 1일에 작성되었습니다.